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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일곱 해의 마지막

인간의 실존이란 물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흐름이라서 인연과 조건에 따라 때로는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며 때로는 호수와 폭포수가 되는 것인데,

“그런데 왜 그랬어? 왜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거야? 난 언제나 그게 궁금했어.”
준이 물었다. 취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그러게. 나는 왜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을까?”
혼잣말처럼 기행이 말했다. 그건 어쩌면 불행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는 언제나 불행에 끌렸다. 벌써 오래전부터, 어쩌면 어린 시절의 놀라웠던 산천과 여우들과 붕어곰과 가즈랑집 할머니가 겨우 몇 편의 시로 남게 되면서, 혹은 통영까지 내려가서는 한 여인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하고 또 몇 편의 시만 건져온 뒤로는 줄곧. 기행을 매혹시킨 불행이란 흥성하고 눈부셨던 시절,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결과물이었다. 다시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랑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불행해지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서.

이제 인생은 매사에 벨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생의 질문이란 대답하지 않으면 그만인 그런 질문이 아니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어 대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그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만 했다. 설사 그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일지라도. 벨라는 호숫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섰다.

어쩌다보니 출간하자마자 구매해서 읽게된 김연수 작가의 신작 <일곱 해의 마지막>. 지난 주에 서점을 쓱 둘러보고는 이 책이 제일 실패 확률이 적을 것 같아 골랐다. 언제든 읽게 되겠지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8년 전에 출간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출간하자마자 읽고 꽤 좋아했었다. 아무튼, 골자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김연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이다.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백석.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바로 그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또한 1950년대 후반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김연수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꿈, 청춘, 문학(시), 사랑. 그동안 김연수 소설을 이뤄왔던 주제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을 다시 호명하며 삶의 후반부에 그가 겪었을 고뇌를 꺼내놓는다. 당연히 그 기저에는 백석을 향한, 시인을 향한, 문학(시)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물론 이 소설을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 마음이다. 알려지지 않은 백석 말년의 이야기로, 혹은 그와 닮은 어떤 이의 이야기 그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무리는 없으리라. 내게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은 개인, 그리고 그 개인의 삶하고는 별개로서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도 자연스럽게 비슷한시각으로 읽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벨라와 기행이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곱씹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 '자신의 불행과 시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214p)거나, '그래도 꿈이 있어 우리의 혹독한 인생은 간신히 버틸만 하지. 이따금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며 내 소박한 꿈들을 생각해. 입김을 불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작고 가볍고 하얀 꿈들이지.'(223p)와 같은 표현들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에게 '작고 가볍고 하얀 꿈'만은 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𝐍𝐞𝐰 𝐀𝐫𝐫𝐢𝐯𝐚𝐥𝐬 : 이번 주에 새로 산 책들

또 다시, 새로운 한주! 인친님들은 모두 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저의 책 욕심은 과하다 싶습니다. 읽을 책이 많아 행복하기도 하고 책 읽는다는 핑계로 일상에서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겨, 균형을 더 잘 잡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번 한주도 새로운 책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소홀해지는 부분 없이 매일의 걸음을 내딛어야겠습니다. 😊

창업가의일 (임정민, 북스톤, 2017)
: 어제 완독한 『나는 이런 창업가에 투자한다』가 퍽 실용적이고 실제적이라 같은 저자의 책을 추가 구입했다. 기대된다. 창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닐테니!

일곱해의마지막 (김연수, 문학동네, 2020)
: 많은 문청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아온 작가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그냥 김연수이기에, 기대!

1인기업을한다는것 (이치엔 가쓰히코, 센시오, 2020)
: 얼마 전 읽었던 센시오 출판사의 책이 괜찮았어서 출판사 인스타 계정을 둘러보다 산 책. 1인 기업이 되고싶다는 야망(?)을 안고 있기에 기대된다.

김미경의리부트 (김미경, 웅진지식하우스, 2020)
: 김미경은 말한대로 다 이루는 사람이기에 그게 너무 대단하고, 인스타에서 그녀의 영향력을 무수히 많은 피드를 통해 확인하며 이 책은 그냥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켓컬리인사이트 (김난도, 다산북스, 2020)
: 평을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긴 하나, 스타트업 계의 유니콘 기업인 마켓컬리가 언택트 시대에도 매출이 급상승하는 까닭을 조금이나 알 수 있을까 싶어 구입했다. 지난 번에 이코노미스트에서 읽은 마켓컬리 관련 기사에선 '아직은 성장을 위해 투자할 시기라 여전히 적자'라고 하는 글귀를 읽은 바 있다. 부디 마켓컬리가 쿠팡 같은 상황이 되지를 않기를 바라며...

어떻게원하는것을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8.0, 2011)
: 나는 원하는 것을 잘 못얻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협상력도 부족한 사람이라서...읽어야겠다 싶었다.

계간창작과비평2020여름호 (창비, 2020)
: 한 때 열렬히 짝사랑했던 한국문학과 멀어지지 않기 위하여 구입.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은 아름다운 말들로 남아 있었다.

라니책장
드뎌 김연수작가님 소설 시작~
읽기전부터 벌써 설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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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해의마지막 김연수작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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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 책읽는즐거움
에어컨빵빵 오후독서타임

책이 출간 되었습니다^^

책표지에~~^^ 김연수작가 소설 문학동네 장편소설 일곱해의마지막 7월1일 출판 드로잉 얼굴 image drawing face artwork,body model 회화 artist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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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은 책
신간도서와 먼저 읽고 싶은 책들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꼭 읽을 책들을 따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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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초록
프라이드그린토마토
체스트넛스트리트
엘리너올리펀트는완전괜찮아
스토너
월든
모월모일
화이트호스
일곱해의마지막
오늘의엄마
그레구아르와책방할아버지
녹나무의파수꾼
잠옷을입으렴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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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읽을때까지책구입일시정지 😳
북 책 서재

지난 주 예스24 회원등급이 플래티넘이 되었고,그걸 보고 올해는 집에 있는 책부터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또 예스24 택배가 도착했다. 아무래도 책은 사는 것부터 독서라는 신념을 나는 너무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목이 부어 침 삼키기가 어렵다고 하니 둘째는 스카프를 갖고와서 목에 둘러주었고, 첫째는 배모과차를 데워서 갖고 왔다. 두 딸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충분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후통 약을 먹고 세 시간을 잤고, 눈을 뜨니 둘이 머리를 맞대고 책을 보고 있다. 첫째가 둘째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며, 그렇지, 맞아. 잘했어, 하고 동생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그게 또 참 다정해보였다.잠결에 들은,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딸의 통화 목소리도 뒤늦게 떠올라 기특했고, 이제 맛있는 커피가 먹고싶다.엄마가 해주는 밥도😭
아무튼, 여름은 더 천천히 걸어야지.여유있게:)
(마스크 싫어서 여름은 집에서 책만 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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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해의마지막 김연수
스토너 월든 북 책

너무너무 애정하는 작가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과 김연수 작가 신작 <일곱해의 마지막> 도 입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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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 사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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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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